캐나다 이민

캐나다 컬리지-유학이 먼저일까? 이민이 먼저일까?

캐논변주곡 2024. 9. 5. 13:03

 

캐나다 이민을 생각할 때 가장 흔하게 듣는 표현 중의 하나가 "유학후 이민"일 것이다. 이 표현이, 캐나다로 유학을 가기만 하면 쉽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영업멘트로 쓰여지면서, 많은 유학원에서 이후의 현실적인 프로세스를 안내하지 않고 (실제로 유학원에서는 잘 몰랐을 가능성이 더 높다) 마구잡이로 유학을 보냈던 시기가 있다. 아직도, 유학후 이민을 마치 이민의 한 카테고리처럼 알고 캐나다 컬리지로 입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유학후 이민"에 대한 환상이 캐나다를 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위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유학을 한다고 이민이 가능해지는 경우는 매우 제한된 전공과 지역에서만 사실이다. 그것도 석사 이상의 유학이어야 하고, 캐나다특정 직군의 인력부족을 해소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직종이어야 한다. 대다수가 시도하는 컬리지유학으로는 유학 자체로 이민이 가능한 학과나 학교는 없다. 캐나다이민의 대부분이 취업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유학을 하더라도 풀타임, 무기한 채용이 보장된 취업처가 있어야 이민국에 서류를 제출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캐나다 이민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박사학위소지자 처럼 특출한 능력을 보유한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2가지 루트를 통해서 진행된다. 돈으로 투자이민을 하던가, 캐나다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취업능력을 보여주는 취업이민을 하던가.중국인들은 거대한 자금으로 투자이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이민자들은 취업을 통해 캐나다 영주권을 가지게 된다.

 

한국인에게도 가장 일반적인 취업이민은, 한국의 경력을 인정받고 영주권을 손에 쥐고 캐나다로 입국하는 경우, 캐나다의 고용주의 지원을 통해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한 후, 일정기간의 근로를 통해 필요한 경력을 채운 뒤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학 후 취업-유학 후 이민이 아님을 주의-을 통해 경력요건을 충족시킨 뒤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영주권 손에 쥐고 입국하기(Federal Skilled Worker)

 

당연하지만 한국의 경력을 인정받고 영주권을 손에 쥐고 입국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가능한 루트가 아닌 것은 직종의 제한, 나이의 제한, 소요시간 등 여러가지 조건들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건만 맞다면 영주권을 신청하고, 한국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이주 이후의 삶을 준비할 시간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추천할 만하다. 캐나다에 입국해서 학생이든 근로자든 체류신분을 유지하면서 영주권 취득할 때까지의 금전적인 부분 또한 아낄 수 있으니, 조건이 된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지에서는 여러 국가, 특히 영어사용권에서 온 많은 이민자들이 이 루트-자국의 경력을 활용한-를 통해 영주권을 받고 입국한 케이스를 매우 흔히 보게 된다.  2, 30대 전문직 종사자라면 우선 FSW(Federal Skilled Workder) 라 불리는 이 카테고리를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이 경우에는 논쟁의 여지없이 이민이 먼저이다. 그리고, 영주권을 손에 쥐고 캐나다로 왔으나 마땅한 취업처가 없고 구직의 어려움이 있다면 취업정보센터(BC주에서는 WorkBC에서 이민자들의 취업을 지원한다)를 통한 취업정보와 취업을 위한 무료교육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기 원한다면 컬리지 진학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많은 한국인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손에 쥔 다음 저렴한 로컬학비지원을 받아 영어공부도 하고, 전문직업교육을 받은 후 이민사회가 아닌 캐나다사회로 진입, 안정적으로 캐나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기술직인 경우 영어가 조금 부족해도 로컬회사에 진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실력을 인정받아 사내에 꼭 필요한 인재로 자리잡는 한국인들이 드물지 않지만, 문송으로 일컬어지는 사무직의 경우 로컬회사로 진입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영어가 아주 뛰어나더라도 캐나다인들과의 실력차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검증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자원봉사나 임시대체직, 단순직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쌓은 다음에야 제대로 된 직장에 도전이나 해 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네트워크와 직업훈련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컬리지를 고려하게 되고, 영주권 목적의 유학이 아니라 영주권을 받고 나서는 캐나다에서의 꿈꾸던 삶을 위해 진학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아래 링크는 FSW에 대한 정보가 있는 캐나다 공식 사이트이다. 번역은 chatGPT에게!

https://www.canada.ca/en/immigration-refugees-citizenship/services/immigrate-canada/express-entry/eligibility/federal-skilled-workers.html

 

 

고용주 스폰서십을 통한 취업 후 이민

 

두 번째는 취업비자를 통한 입국 후, 경력과 기타 영주권 조건을 충족시킨 다음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이다. 이 케이스는 자력이든 타의 도움을 받든 취업을 보증할 고용주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고용주의 스폰서십을 통해 취업비자가 발급되어,스폰서인 고용주 밑에서만 일을 할 수 있는 비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양심적인 고용주를 만나 무탈하게 영주권을 받는 경우도 많이 봤지만, 고약한 고용주의 농간 (이것은 이주공사와의 합작으로 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왠만한 이주공사라면 이런 고용주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측이 수수료를 나눠먹고 이민희망자를 이리저리 돌리는 최약의 경우를 바로 옆에서 보았다)으로 고생만 하고, 계속 다른 고용주를 찾느라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게다가 캐나다로 온 가장 큰 이유인 자녀들의 교육 마저 난관에 부닥치는 경우를 보기도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믿을 만한 이주공사, 과거 성공사례가 있는지 고용주정보를 꼭 확인해 보기를 추천한다.

 

또한, 최소 6개월에서 1년 혹은 2년 이상의 근로기간이 필요한 만큼 그 시기를 버텨낼 자금과 이주공사 수수료 등 적지 않은 비용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배우자와 맞벌이를 할 경우에는많이 도움이 되지만, 자녀까지 있다면 아이를 돌보면서 두 사람이 최저임금으로 일하면서 빠듯하게 생활할 것을 예상해야 한다. 이 경우, CEC (Canada Experience Class) 라는 카테고리로 이민을 신청하게 되는데, 고용주의 스폰서십을 통해 가산점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학 후 취업을 통한 이민

 

고용주 스폰서십을 통한 영주권을 진행하는 경우, 드물지 않게, 부당한 고용주의 부당행위로 영주권 신청이 하염없이 미뤄지거나, 급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해고되거나 하는 사례를 왕왕 듣다보니, 이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많이 선택하는 것이, 세 번째로 얘기해 볼 "유학 후 이민"이다. 사실은 "유학후! 취업 후! 이민", 즉 유학을 통해 영주권을 획득하는 것이 아닌, 유학 후 취업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으로, 취업경력이 필요한 것은 2번째의 경우와 동일하다. 차이점은, 졸업생은 고용주 스폰서가 아닌, 자력으로 노동허가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캐나다내 대학 졸업자들은 2년 이하의 학업시 학업기간만큼, 2년 이상의 경우 3년의 워크퍼밋(변동이 예정되어 있다)을 졸업시에 받게 된다.

 

동일하게 CEC 카테고리로 이민을 신청하지만, 직장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 언제가 될지 모를 영주권 프로세스를 버티게 해 주는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아닌 직장 선택의 자유임을 주의해야 한다. 영주권 신청시 전공과 관련된 직업일 경우에만 인정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부담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기러기생활을 감당하면서까지 이 카테고리로 이민을 시도하는 이유는 아마도 안정성때문일 것이다. 부당한 고용주로 인한 부당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선책인 것이다.

 

"유학 후 이민"인가 "이민 후 유학'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유학이 꼭 필요한가를 먼저 얘기해 보자면, 필요없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의 능력으로 캐나다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다시 공부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고용주 스폰서십을 통해 영주권을 받고나면 가장 먼저, 영주권 목적으로 겨우 해왔던 본인의 직업을 유지할 것인가, 전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한다. 고용주 스폰서십을 통해 취업을 한 경우는 캐나다인들(영주권이 있는 자들)이 꺼리는 직업들이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대부분은, 영주권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직업을 그만 두고, 영주권이 있으니 새로운 직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인맥과 경력이 캐나다 취업의 열쇠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런 배경없이 직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직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한국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소 컬리지를 통한 학력 업그레이드가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컬리지를 졸업한 사람들이 직업이나 삶의 기반을 통해 캐나다 주류사회의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목격하게 되는 것도 진학을 고민하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취업 후 영주권'인가 '학업 후 영주권'인가 를 비교해 보고자 시작한 이 글의 원래 목적으로 돌아가보자면, 두 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비용과 시간이 아닌가 한다. 물론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가족구성요소, 나이 등등 여러 부가적인 변수들이 있겠으나, 가장 보편적일 조건인 비용과 시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다들 알다시피, 비용과 시간 둘다 영주권을 취득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당연히 '취업 후 영주권'이 훨씬 유리하다.

 

취업시 소요비용과 유학시 비용을 단순비교해 보자. 취업처 알선을 댓가로 이주공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와 수속비 등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4천만원까지도 들어보았다. 컬리지 2년간의 학비는 보통 3천만원에서 4천만원 사이, 일부 소도시에서는 2천만원 대의 학비도 있는 것으로 안다. 

 

생활비지출은 동일하다고 보고,  수입 부분을 비교하자면, 취업시에는 매주 최저시급기준  40시간에 해당하는 수입이 생기지만,  학생의 경우 학기 중 20시간, 방학 중 제한없는 근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당 평균 30시간에 해당하는 수입을 만들 수 있다. 작년까지는 배우자에게는 제한없는 노동허가가 발급되어서 취업이민한 경우와 비슷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으나, 현재는 배우자 노동허가는 발급되지 않아 배우자가 있는 경우라면 수입의 격자는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고용주 스폰서십의 경우 사실은 더 많은 변수가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니 여기서 언급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는 영주권 획득시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고용주스폰서십을 통한 취업이민의 경우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짧게는 1년에서 2, 3년, 혹은 엎어지는 경우에 다시 알선비 수속비가 다시 시작되어 언제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기한 노동봉사를 하는 한국인들도 있다. 그기간 임금을 올려주는 고용주는 많이 보지 못했다. 로컬업체라면 사정이 훨씬 나아서, 내국인과의 차별없이 시급도 올려주고 대우도 개선되지만, 한국인 업체나 세계 각국의 이민자 출신 고용주라면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최저시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행히 최저시급도 매년 인상되기는 하지만 그걸로 생활하기는 쉽지 않고, 고용주지정노동허가라 투잡 쓰리잡은 불법이다. 

 

유학 후 자력으로 획득한 노동허가(PGWP Post Graduate Work Permit)를 가지게 될 경우의 변수는 관련 직종에의 취업이다. 빠른 영주권을 위해서는 관련 직종에 취업을 해야 하고, 카테고리에 따라 취업 즉시, 혹은 6개월 후, 또는 1년 경력 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고, 언제든 직장을 옮겨도 직종만 유지한다면 최초의 영주권신청이 유지되므로 기간과 관련한 변수는 크지 않다. 그리고,  8개월간의 학기 중 주당 20시간, 4개월 간의 방학 중에는 제한없는 근로가 가능해서, 젊은 친구들은 방학 내내 주당 6,70시간을 일해서 다음 학기의 학비와 생활비를 다 준비하고 여행도 다니는 자력 유학생들도 많다. 물론 가족이 있다면 이런 식의 벌이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던가, 배우자 한 사람은 한국에 남아 재정적으로 서포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캐나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배우자 워크퍼밋이 재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또 다른 차이는 1년 혹은 2년의 컬리지를 마치고 취업을 할 경우, 시급이 더 이상 최저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기준 비씨주 최저시급이 17불이 채 안되지만, 컬리지를 졸업한 보육교사의 경우 가장 시급이 낮은 ECEA 도 22불 이상이다. ECE 과정의 학생들은 학기 중 파트타임, 방학 중 풀타임으로 이 시급을 받으므로, 취업한 사람들이 40시간을 일해서 주당 680불의 수입을 얻을 때,  20시간 일해서 440불,  방학동안 40시간의 근로를 통해 880불의 수입을 얻게 된다. 물론 연장근무를 할 경우 더 높은 수입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고졸자의 임금과 대졸자의 임금의 격차가 대학학비를 넘어서는 시기를 분석하고, 무조건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리포트를 본 기억이 있는데 비슷한 이야기가 된다.

 

더 큰 차이는,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주권을 획득한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임금이 인상되지 않고, 여전히 최저시급을 받다보니 대부분 다른 일을 찾으려 한다. 영주권을 받았는데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큰 고민이 생기다 보니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 다시 시간과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민자들은 새롭게 이민을 시작하는 느낌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유학 후 이민자들은 컬리지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1,2년간 일하다가 영주권을 받게 될 즈음에는 이미 캐나다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더 좋은 회사, 가고 싶은 회사로의 이직을 꿈꾸며, 영주권은 그저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뿐,  생활에  큰 차이나 변화는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취업이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취업이 안 된다면 영주권 프로세싱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민을 위한 유학은 취업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좋다.

 

캐나다 이민을 계획한다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수치상의 금액, 시간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계획하고 감안해야 한다.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내가 본 캐나다에서는 학업과 취업을 거쳐 이민을 진행한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을 투자해서 취업으로 영주권을 획득한 이민자보다 빠른 시기에 안정적으로 캐나다 사회에 정착을 하였다. 개개인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유학을 먼저 해야 된다'라고 결론내리는 것이 위험하듯이, 두 루트 사이에서 단지 경비나 시간 만을 고려해서 결정을 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