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캐나다

한국보다 따뜻한 캐나다-웨스트 쿠트니 West Kootenay, BC

캐논변주곡 2024. 11. 8. 23:55

West Kootenay 관광지도

 

캐나다 하면 눈과 스키의 나라가 먼저 떠오를 만큼 길고 추운 겨울로 유명하다. 걸음마보다 스키나 스케이트를 먼저 배운다는 캐나다에서는 아빠가 한 발을 겨우 떼는 돌쟁이들에게 스케이트나 스키를 가르치는 모습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산악지역으로 둘러쌓인 비씨주에는 10월부터 4월까지 산악도로를 통과하려면 스노우타이어를 의무장착해야 하는 규정이 있을 만큼, 6개월 이상 춥고 눈내리는 겨울이 계속 된다.

 

반면에 밴쿠버지역은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고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계속 되지만, 눈대신 비가 지속되어 레인쿠버로 불리기도 한다. 비로 인한 우울감이 밴쿠버에 살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하는 만큼, 날씨는 특히 이민자들이 거주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된다. 모국과 비슷한 환경과 날씨가 타향살이에 적응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캐나다에도 한국과 비슷한 또는 오히려 더 온화한 날씨를 보여주는 지역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비씨주 동남쪽 국경지역 웨스트 쿠트니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웨스트쿠트니지역은 밴쿠버에서 동남쪽으로 차로 7시간,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인구 2만을 갓 넘긴 작은 지역이다. 가장 큰 도시는 넬슨으로 스키와 재즈음악으로 유명한 예술가의 도시이다. 쿠트니지역이 쿠트니강을 기준으로 좌우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 서편이 웨스트쿠트니라 불리는 지역이고, 강을 건너가면 크랜브룩을 중심으로 하는 이스트 쿠트니 지역이 나온다. 그 중 웨스트쿠트니 지역은 한국과 비슷한 기온분포를 가지는 4계절을 가지고 있어서 캐나다 내에서도 노후를 보내기 적절한 도시로 알려져있다. 

 

겨울에도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일이 흔하지 않고 영상과 영하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겨울날씨로 오히려 한국보다 온화한 편이지만 주로 겨울에 눈, 비가 많은 캐나다 특성상 겨울내내 하얀 나라임은 피하기 어렵다. 여름도 한국의 기온과 비슷하거나, 최근의 이상기온때문에 캐나다의 여름날씨를 40도 가까이 올려놓기도 하지만, 건조함 덕분에 한국의 푹푹 찌는 무더위에 비하면 견디기 어렵지 않다. 오히려 고온건조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 발생하여, 이로 인한 연기와 공기질 악화가 여름을 넘기는 데 가장 큰 적이 된다. 

 

동부지역의 토론토나 퀘벡의 혹독한 날씨를 경험해 보았다면, 또는 추위가 두려워 캐나다행을 망설인다면, 그리고 추적추적 비내리는 겨울이 싫다면, 비교적 온화하고 맑은 날이 많은 비씨주 내륙의 여러 도시들, 켈로나나 버넌 등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온을 가진 도시들을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 그 중에서도 웨스트쿠트니 여러 도시들, 그 중에서도 캐슬가의 기온은 가장 한국적이라 할 수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지형 탓에 찬바람을 막아주고, 서쪽의 습한 공기가 산을 넘으며 눈을 다 뿌린 후라 눈도 비교적 적은 편이고, 기온도 주변 도시 대비 2도 정도는 높은 편이다. 20분 거리의 로스랜드에 눈이 내리면 캐슬가에서는 비가 내리고, 로스랜드나 넬슨에는 4월까지 고지대에 눈이 남아있지만 캐슬가에는 대부분 2월 말 3월 초면 슬러시로 변한 도로로 흙탕을 뒤집어 쓰고 다닐 정도로 2도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진다.

 

쿠트니호수를 건너서 이스트 쿠트니 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추워진다. 크랜브룩을 지나 동쪽 캘거리로 가는 내내 기온은 계속 낮아지고, 당연하겠지만 북으로도 기온은 계속 떨어져서 일년의 반이 겨울인 진짜 캐나다를 만나게 된다. 기나 긴 캐나다의 겨울을 보내고 나면, 여름 내내 캠핑과 하이킹 등 야외 활동을 목숨걸고 즐기는 캐내디언 라이프가 이해가 될 만큼 봄날, 봄꽃, 봄 햇살이 격하게 반가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