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학

캐나다 컬리지-전공 선택 기준(feat. ECE 유아교사)

캐논변주곡 2024. 8. 18. 18:38

Where to go

취업은 필수

 

캐나다이민을 생각한다면 투자나 사업체를 통한 이민이 아닌 경우, 이민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취업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라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전공이나 적성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캐나다에서라면 절대적으로 영어가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 같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인도출신 영어능통자는 인도에서 하던 일 그대로 캐나다에서 직업을 찾고 경력을 이어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필리핀이나 홍콩 혹은 어느 나라에서 왔든지 영어가 능숙하다면 자국에서의 경력을 살려서 취업을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경력이 없더라도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면 경력없이 가능한 엔트리레벨로 취업하여 일을 배워갈 수도 있다. 

 

그러나, 뛰어난 경력이 있음에도 영어가 안된다면 캐나다에서는 최저임금의 단순노무직 외에는 기회가 없다. 아니면 한국인 업체에서 일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 세대는 영어도 익숙하고 스펙도 훌륭하여 본인의 적성과 경력을 살린 취업의 기회도 점점 많아지고 전문직으로 일하는 한국인들도 많이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문송하다는 일반 직장생활을 하다 이민을 결정한 사람들은 영어로 소통이 어려워 영주권이 요구하는 직업을 얻지 못 하기도 하고, 트럭운전사, 미용사 등 트레이드잡이라고 불리는 기술직 종사자들은 경력을 활용하여 취업은 비교적 쉽게 하는 반면, 영어시험점수를 얻지 못해 영주권신청이 한없이 딜레이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이렇듯 취업시장 그리고 영주권 취득에서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이다. 

 

그래서 컬리지유학을 결정할 때 전공선택하는 데는 생각보다 꽤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보통 유학 후 이민을 목표로 한다면 영어가 조금 딸리더라도 부족직군, 즉, 인력이 부족하여 취업이 쉬운 직종, 현재 기준 유아교사나 요양보호사 과정을 많이 추천한다. 특정지역과 컬리지에는 지역기반산업에 필요한 전공들이 개설되어 있는데, 해당 지역에 필요한 사람들을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라 취업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많은 한국인학생들이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이런 전공과정에서, 특유의 성실함과 뛰어난 성적으로 교수추천을 받아 취업하였다는 성공사례들은 이제 흔하다. 로컬에서 학교를 마쳤다는 이력이, 부족한 영어를 어느 정도 보완해 주기도 하고, 학교에서의 생활태도로 보아 어느 정도는 1차 검증이 끝났다는 점 또한 컬리지 졸업자들의 취업성공률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취업이 쉬운 전공 VS 적성에 맞는 전공

 

취업이 쉬운 전공과, 적성에 맞는 전공, 즉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위한 전공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는 각각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콕 찍어서 이야기하긴 어렵다. 유학원이나 이주공사에서 가장 많이 권하는 것이 유아교사이기에 유아교사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겠다. 1년 혹은 2년 과정의 컬리지를 마친다면 취업률이 거의 100프로에 가깝고 취업만 된다면 영주권은 저절로 확보할 수 있는 직업이다보니, 유아교사 즉 Early Childhood Ecucation ECE과정에 등록하려는 유학생들은 보통 짧으면 1학기 길면 2년 가까이 등록대기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 뿐 아니라 타 국가에서도 경력 유무를 가리지 않고 영주권을 목적으로 많이 등록하기 때문이다. 학업 중에도 실습과 파트타임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졸업도 전에 취업이 확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1, 2년 후 영주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분들은 새로운 적성을 찾았다라며 아이들과 부대끼는 것을 즐기고 행복하게  영주권 획득 이후에도 평생직장으로 일하려고 하지만, 어떤 분들은 매일매일이 스트레스라 영주권만 나오면 당장 때려치겠다는 마음으로 1년, 2년 그저 버티기도 한다. 그러다가 고대하던 영주권을 받고 나면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당장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이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라는 원초적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영주권을 빨리 받는 것 보다 천천히 받더라도 원하는 공부를 하고 다른 일을 찾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사실이다. 컬리지를 졸업하고 빠르던 늦던 취업이 되면, 시간만 가면 대부분 영주권을 받게 된다. 빨리 받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꼭 유아교사 일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다른 옵션은 없는지 한 번 쯤은 고민을 해 봤으면 좋겠다. 유아교사 뿐 아니라 어떤 전공이든 선택의 이유가 영주권을 빨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 좀 더 생각해 보고, 주변의 조언도 얻어서, 무엇보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선택인지는 고민을 해 봤으면 좋겠다. 그저 '유학원에서 가라'하니 왔다가, '이게 아닌데' 하면서 돌아돌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느라 두배 세배로 시간과 돈을 쓰는 경우도 보았기 때문이다.

 

N회차 기회의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n회차의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이다. 일단 영주권을 따고 나면 이직 또는 직종변경의 길이 매우 많이 열려있다. 다른 영역의 공부를 하고 싶다면 로컬학비적용으로 저렴하게 컬리지를 다닐 수도 있고, 직업훈련을 받고 싶다면 정부차원의 지원이 많이 있어서 필요한 과정을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등록, 훈련을 받고 재취업에 도전해 볼 수 있다. 풀타임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어서, 1, 2과목씩 공부하는 파트타임학생인 동시에 N잡러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캐내디언 라이프를 영주권자가 되면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본 캐나다는 가능성과 유연성 측면에서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려있다. 단,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오력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이 꽤나 잘 어울리는 나라가 캐나다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트 캐셔로 일하다 파일럿이 된 이야기, 식당 서버로 일하다 회계사가 된 이야기, 요양보호사에서 간호사로, 다시 닥터가 된 이야기, 등등 우리나라에선 인생역전이라고 할 이야기들이 캐나다에서는 그냥 그들의 일상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공을 선택할 때에는 영주권을 우선으로 할지, 이후의 삶을 우선으로 할지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유학원의 이야기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상황, 즉, 능력치, 적성, 형편, 영어실력 등과 각 전공의 졸업 후 진로, 취업과정 등등을 전체적으로, 면밀히, 충분히, 파악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뜻대로 안되더라도 n회차 기회가 있으니  주저앉지 말고 다시 하면 된다. 한국의 복권에 "다음 기회에"는 "꽝"의 다른 표현이지만, 캐나다에서는 말 그대로 "다음 기회"는 "다음 기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