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취업하기
한 때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큰 이슈였던 적이 있다. 캐나다에서 구직활동을 하다보면 구직사이트에서 뭔가 낯선 이름의 포지션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정확하게 동일한 포지션은 full time, permanent 라고 쓰인 포지션이지만, 그 외 나머지 다양한 이름들의 포지션이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비정규직과 일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캐나다의 구직광고는 업무내용, 필요한 자격요건, 업무시간, 급여, 근무기간 등이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업무내용과 자격요건을 이처럼 상세하게 기록한 것을 보면, 구직자와 구인자 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어 매우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급여는 보통 시급기준 센트 단위까지 정확하게 쓰여있거나 경력에 따라 가감될 경우 미니멈과 맥시멈이 안내되어 있다. 급여가 본인의 기대보다 부족하다 싶으면 지원을 하지 않거나, 레인지로 표시된 경우 반드시 인터뷰에서 희망급여를 상호간에 확인한다.
남은 두 가지, 업무시간과 근무기간이 포지션의 성격, 다시 말해 정규직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조건이 되는데, 사실은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구분 조차 없는 캐나다에서,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비교될 만한 자리는, 주당 30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full time에, 근무기간이 기한이 없는 permanent 포지션이다. 다시 말해 full time, permanent로 일하고 있다고 하면, 보통 하루 8시간, 주40시간의 근무를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고되지 않는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이다. 부당해고라고 생각되면 노동부에 진정을 할 수도 있는 안정된 포지션을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시스템은 아니라 회사의 경영상태 혹은 근무태도 등 어떤 이유든 합당하다면 언제든 해고도 가능하니 캐나다에는 어차피 철밥통은 없다. 대신, 이렇게 해고하는 경우는 퇴직금이라고 하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 고용주의 의무이다.
영주권을 신청하면 full time and permanent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다는 확인서를 요구하는데, 여기서 full time은 주당 30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경우를 말하므로 꼭 8시간 근무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캐나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혜택은 보통 풀타임 근무자에게 주어진다. 의료보험이나 휴가비 등의 지원이 꽤 크기 때문에 풀타임근무를 통해 이런 혜택들을 받기를 원하지만, 회사의 사정이나 개인의 사정으로 파트타임, 다시 말해 주당 30시간 미만의 근로를 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예를 들어, 경리사원을 뽑아야 하지만, 규모가 작아서 주40시간의 업무량이 나오지 않는다면, 구인광고에 주20시간근무를 할 직원을 뽑겠노라 광고를 한다. 근무시간대도 정확하게 표시해야 하고, 재택인지 출근인지, 주말츨근이 필요한지 아닌지, 끝없는 상세정보가 캐나다의 구인광고에는 일반적이다. 40시간 일을 할 수 있고, 40시간에 해당하는 수입이 필요한 구직자라면, 20시간짜리의 일을 두 군데에서 찾으면 되는 것이다. 본인의 형편에 따라 투잡, 쓰리잡을 하는 사람도, 그런 사람을 고용하는 회사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마찬가지로, 구직자 또한 육아나 학업 등의 이유로 주20시간의 근로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근무시간만 놓고 본다면 극단적인 유연성이 있는 것이 캐나다의 고용시장이다. 하루 2시간 혹은 주 2일 일해서 주10시간 근로도 흔하고, 주 5일 20시간의 파트타임도 가능하며, 10시간씩 주3일을 일해서 풀타임근무를 채우는 경우도 가능한 것이다. 주당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파트타임이냐 풀타임이냐의 구분이 있을 뿐, 업무와 급여의 차이는 없다. 동일노동, 동일 시급인 것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주장할 때 내세우던 주장이 캐나다에서는 이미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근무기간에 따라서는 템포러리라 부르는 유한 포지션과 기한의 정함이 없는 무한 포지션, 즉 퍼머넌트로 나눠진다. 템포러리 포지션의 경우 구인광고에 기한이 이미 명시되어 있고, 보통은 장기휴가자, 출산휴가자의 대체인력일 경우가 많다. 혹은,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많은 경우도, 3개월 혹은 6개월 등으로 기한의 정함이 있는 구인광고가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한가지는 템포러리라고 해도 주당 30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풀타임인 경우, 사내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회사가 많다. 규정에 땨라 어떤 혜택은 근무 1년 후부터 주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100퍼센트 동일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템포러리 포지션이어서 퍼머넌트포지션과 차별받지는 않는다.
ECE 취업-온콜 or 캐주얼
위에 기술했듯이, 영주권이 필요한 외국인들은 반드시 풀타임, 퍼머넌트 포지션의 고용계약이 필요하다. ECE 취업을 주제로 쓰는 글에서 이토록 길게 캐나다의 고용제도를 설명하는 이유는, ECE 직종이, 풀타임 퍼머넌트보다 파트타임 퍼머넌트, 혹은 파트타임 전단계라 할 수 있는 온콜, 혹은 캐주얼 포지션이 더 흔한 고용의 형태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온콜 혹은 캐주얼로 불리는 포지션은, 쉽게 말하자면 초단기 대체인력이다. 템포러리 포지션은 기한이 정해진 대체인력이라하면, 온콜은 5분대기조 처럼 응급대체인력인 것이다. 땜빵이라고 하는 예상치 못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전화로 당일 혹은 하루 전 근무가능여부를 확인하고 출근요청을 한다고 해서 on call이라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비워서는 안되는 자리인 경우, 이런 캐주얼 풀이라고 불리는 대체인력풀을 운영한다. 어린이집, 학교, 은행이나 마트의 캐셔 등 많은 곳에서 적정인원의 풀을 유지하며 응급상황에 대비한다. 온콜 포지션의 경우 부르면 일을 하고 불러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용주입장에서는 맘에 들지 않으면 연락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해고를 대신 할 수 있어서 고용주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캐주얼풀이 있는 직종의 경우, 파트타임이나 풀타임 직원으로 고용되기 전에, 캐주얼포지션에 근무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제의받게 된다는 것이다. 필수적으로 이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검증된 인력이 파트타임에서 풀타임 퍼머넌트까지 전환이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보니 ECE전공을 했다해서 졸업 후 바로 풀타임 퍼머넌트 제안을 받는 것이 당연한 수순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실습을 했더라도 해당 센터에 풀타임 빈자리가 없다면 얼마간 캐주얼이나 파트타임으로 계속 일하게 될 수도 있고, 특별히 국공립기관이라면 뛰어난 복지혜택때문에 퇴사자가 별로 없기 때문에 풀타임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오랜기간 대기해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졸업 후 정규직 입성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첫 학기에 ECEA 자격증을 따자마자, 캐주얼 혹은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실습기관에 스스로 어필을 하고 일을 시작해 보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대부분의 센터에서 환영받고, 1년 이상 캐주얼이나 파트타임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면, 졸업 무렵에는 풀타임 오퍼를 받을 만큼의 신뢰관계가 생긴다. 졸업 무렵에 구직을 시작한다면 꽤 긴 기간을 캐주얼포지션으로 일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립 어린이집에서는 풀타임이라고 하더라도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혜택 등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가장 선호되는 것이 우리식으로 얘기하자면 국공립어린이집으로, 교사가 된다면 거의 공무원 급으로 뛰어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한번 퍼머넌트 포지션으로 취업이 되면 왠만해서는 퇴사하지 않는다. 그만큼 빈자리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거주지역에서 관련 센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고 취업전략을 잘 짜야한다.
국공립을 얘기하자면, 우리나라처럼 정규학교의 방과 후 교실에도 취업은 가능하지만, 근무시간이 짧기 때문에 영주권신청을 위한 풀타임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린이집과 비교했을 때 업무강도도 낮고, 주30시간 이상의 근무시간만 만들 수 있다면, 공무원과 동일한 혜택까지 챙길 수 있어서, 영주권을 딴 이후, 조금이나마 육체적으로 부담이 덜 한 일자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원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영주권 목적으로는 공사립 어린이집을 먼저 노려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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